8 Letter

8 Life / Sep, 2017

키미와 일이의 쿵짝 라이프

키미와 일이의 쿵짝 라이프

막연하게 미래의 연인, 혹은 배우자는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으면 하고. 내가 하면 너는 하고, ‘하면 . 삶에서 그런 동반자를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일까. 그림을 그리는 키미(김희은)과 상품을 만드는 일이(김대일)는 그런 쿵짝이 맞는 삶을 산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함께여서 매일이 특별한 삶. 마치 키미와 일이가 보여주는 그림 같은 삶을. 좋은 사람 1 2는 그렇게 만나키미앤12’가 됐다.

키미앤일이는,

그림을 그리고, 상품을 만들어 판다. 본명이 김희은과 김대일이다. 키미는 외국 여행 중 이름이 어려워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예명이 됐고, 일이는 대일이라는 이름의 끝 자를 따서 일이라고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 둘을 나열해서 키미앤일이가 되었다. 키미가 그림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제작하면 전체적인 디렉팅과 디자인을 일이가 한다. 그렇게 역할은 구분했지만, 사실 늘 함께 고민하고 상대의 의견을 묻기 때문에 둘이서 모든 것을 만들어나간다고 보면 된다. 디자인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둘이 만나서 재미난 거, 예쁜 거 만들어보자고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 어느덧 3년이 됐다.

 

우리의 그림에,

대단한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키미앤일이의 그림은 주로 우리에게 인상적이었던 장면들로부터 나온다. 대화 속에서, 영화 속에서, 책에서, 풍경에서 받은 좋은 느낌들을 우리만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거다. 자끄 따띠의 영화 속 풍경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에릭 로메르의 인물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40~50년대의 그림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것들을 통해 받은 전반적인 느낌을 키미앤일이의 감성으로 해석하는 식이다. 우리의 그림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그러니 우리 그림을 보고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 또한 이왕이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곳을 가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살아가자는 것이 일종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겠다.

 

키미는,

나는 이상한 사람이다.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가령 담배에 얽힌 스토리나 영화를 좋아하지만, 정작 담배를 싫어하는 모순적인 사람이기도 하고, 밝은 것 같기도 어두운 것 같기도 하다. 예쁘고 멋진 것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나 100, 200년 등 역사 깊은 물건이나 건물을 좋아한다. 예전엔 취향이 엄청 한정적인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취향의 틀이 광범위하게 넓어지는 것 같다.

 

일이가 보는 키미는,

낯가림이 있지만 일단 친해지면 망가짐을 불사하는 개그본능의 소유자.

일이는,

나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는 것처럼 내 마음은 매순간 바뀐다어떨 때는 미치도록 섬세하고 어떨 때는 모든 세포가 죽은 것처럼 덤덤하다이렇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어쩌면 섬세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예전에는 취향이 확실했는데지금은 잘 모르겠다나이가 들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취향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는지도그래도 확실한 건좋은 건 좋다는 것.

 

키미가 보는 일이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사람.


우리 만남은,

하얗게 입김이 나오던 날, 2008, 겨울, 플리마켓에서. 우연히 알게 된 후로 간혹 서로의 생사를 묻고 확인하다 시간이 맞으면 종종 함께 식사하는 정도의 사이를 유지했다. 당시엔 시쳇말로 서로에게 ‘1관심이 없었달까, 그냥 수많은 인류 중의 한명인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우연히 편지를 주고 받게 되었다. 그때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눌러 적었던 글 속에서 우리가 참 많이 닮았다는 걸 느꼈다. 취향도 비슷하고 가치관도 비슷했으며, 원하는 바도 비슷했다. 일을 같이 하기 이전에 함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함께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인생의 파트너가 되었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라 만났고, 결국 함께 일하게 되었다. 서로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부부가 함께 일한다는 것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대체로 둘이서 하는 걸 좋아한다. 예를 들어 여럿이서 해야 재미있는 보드게임도 둘이서 하면 그저 재밌고, 함께 산책을 하는 것 조차도 취미처럼 느껴진다. 혼자 있을 땐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했지만, 서로를 만난 뒤엔 ‘누구와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의견 충돌도 거의 없는 편이다. 가끔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도 있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해결이 되고 만다. 그건 아마 두 사람 모두 양보를 잘 하는 성격이라 그런 듯 하다

▲바게트 호텔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키미앤일이 인스타그램 @kimi_and_12)

사우스그라운드 12번가에는 스무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이 있다.

이름은 바게트 호텔, 유난히 장기 투숙객들이 많다"

요즘 우리의 일,

그림책부터 굿즈, 가상의 호텔까지 이어지는 바게트 호텔이라는 타이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림책을 만드는 것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바게트 호텔이라는 가상의 호텔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을 만들었고, 그 책 속 공간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 굿즈를 제작했다. 이후 진짜 호텔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멋질까했던 막연한 상상을 구체화하며 오프라인 공간을 준비했다. 그림책을 본 사람들이 책 속의 호텔에 잠시나마 와 있는 느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경상남도 남해에 바게트 호텔이라는 스튜디오 겸 숍을 차렸다.

 

바게트 호텔,

이곳은 묵을 수도 먹을 수도 없는 호텔이지만 바게트 호텔이라는 그림책을 본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투숙객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바닥과 벽, 가구와 물건들, 이 공간에 놓인 모든 것들을 직접 꾸몄다. 특히, 그림책 속의 선명하고 레트로한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남쪽의 바다,

부산 출신의 일이와 울산 출신의 키미는 본래 부산에서 작업을 해왔던 지라 부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왜 바게트 호텔이 남해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부산에 대한 애착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남해는 매우 조용한 곳이다. 물론 성수기나 주말엔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지긴 하지만, 365일 붐비는 부산 같은 대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그렸던 바게트 호텔의 그림과 가장 잘 맞는 곳이 남해였다. 풀과 나무, 사방에 바다가 있는 남()쪽의 바다(). 심지어는 그 이름이 주는 분위기마저도 좋다

▲남해에 위치한 바게트 호텔의 전경

꿈과 현실,

우리는 둘 다 현실 보다는 꿈을 좇아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삶이 지지리 궁상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하지만 생각해 보면 서러운 순간은 순간일 뿐이며, 꿈이 아닌 현실을 택한 사람들도 누구나 살면서 위기를 겪지 않나. 중요한 것은 현실이든 꿈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좇아 나선 이후로, 우리는 언제부턴가 먼 미래의 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음주엔 이랬으면 좋겠고, 한달 뒤엔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작은 꿈을 하나씩 이루다 보면 결국엔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앞으로도 여러 책과 굿즈를 만들 계획이다. 둘이서 대화를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기획이 나올 때가 있다. 한꺼번에 할 수는 없으니 우선 올해는 가벼운 그림책을 더 만들어 봐야지. 우리는 언제까지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이 장소에 기쁘게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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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photo kimi&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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