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Letter

8 Survey / Sep, 2017

취미와 취향 사이

취미와 취향 사이

얼마 전 새로운 남친을 사귀기 시작한 친구가 그와의 만남에 대한 감상을 풀어놓은 적이 있었다. 외모는 상남잔데 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다느니, 귀찮을 정도로 챙겨준다느니, 애교가 여자보다 많아서 귀엽다느니. 무엇보다 자신과 꼭 닮은 듯한 취향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덕분에 영화를 볼 때도, 노래를 들을 때도, 밥을 먹고, 여행을 갈 때도 싸울 일이 없었다고. 그리고 세달 뒤 만난 친구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폭탄선언을 했다. 알고 보니 그는 그녀와 전혀 다른 취향의 소유자였는데 그녀에게 맞추기 위해서 을 했던 거란다. 그녀는 세상이 무너진 듯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억지로 맞춰주지 않는다고.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정녕 이 세상에 나와 쌍둥이처럼 비슷한 그런 사람은 없는 것일까?” 싱글 친구를 앞에 두고 배부른 소릴 하는 친구에게 간신히 냉정을 유지하며 나는 대답했다. “그러니까 연애가 재미있는 거 아니야?” 라고.


※아래의 그래프는 남녀 합계 득표율(580)을 표시

이 세상에 약 70억 명의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 또한 약 70억 개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발을 붙이고 사는 우리는 5,000만 개의 취향 중에 하나와 마주하게 된다. 그는 아주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로서 누가 봐도 기억에 남는 사람일수도 있고, 도무지 취향이라는 것은 파악할 수가 없는 무색무취의 사람일수도 있다. 설문에 참여한 580명의 8ter 절반에 가까운 43.6%가 자신은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28%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취향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취향이 분명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취향에도 예민한 법이다. 전체의 34%에 해당하는 8ter가 기왕이면 자신과 취향이나 취미가 비슷할수록 좋다고 답했다. 눈에 띄는 건 취미는 달라도 취향은 같았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27.1%에 달했다는 것. 이는 반대의 경우인 취향은 달라도 취미는 같았으면 좋겠다(3.5%)’는 답변의 8배에 가까운 수치다. 다시 말해 취향을 기반으로 행해지는 결과인 취미는 달라도 무관하지만, 그 본질과도 같은 취향만은 자신과 통하길 바란다는 것. 오히려 다른 게 더 매력적이라는 답변은 10.4%에 불과했다.

어쨌든 연인과 내 취향이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워너비에 불과하다. 실제로 연애를 시작했을 때 (위의 사례와도 같이) 만약 비슷한 줄 알았던, 혹은 착각했던 이성의 취향이 사실은 전혀 생각과는 달랐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 더욱이 상대가 그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길 원한다면? 무려 76.7%의 응답자들이 내용에 따라 공유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으며, 18.8%의 헌신적인 8ter들은 당연히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주로 함께 공유하고 싶은 취미로는 영화, 음악, 미술, 사진 등 문화생활이 많았으며(43.8%), 국내외 여행(39.9%)도 높은 표를 얻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를 위해 자신의 취향을 포기할 정도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더 큰 욕심을 갖는 친구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친구는가 아니라, 또 다른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연애를 시작하기 전, 미지의 연인을 그리며 우리는 나와 닮은 사람(53.7%)과의 편안한 연애를 꿈꾸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연애를 시작해 보면 상대가 나와 다를 확률이 나와 닮았을 확률보다 훨씬 더 높음을. 그렇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의 취향과 취미를 따라줄 수 있는(Q3) 충분한 용기와 열정, 포용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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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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