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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alk / Aug, 2017

그 여름, 그 남자

그 여름, 그 남자

여자가 셋만 모여도 접시가 깨진다는데, 여기 여자 넷이 모였다. 한 사람과 긴 연애를 한 여자 A, 군대간 연하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B, 몇 차례의 연애 뒤에 좋은 짝을 만나 연애 중인 C, 최근 썸남과 완전히 끝내버린 유일한 싱글 D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한 여름 낮에 둘러 앉아 여름과 남자에 대한 단상들을 늘어놓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더위에 대한 푸념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돌고 돌아 여름 남자에 까지 이르렀을 뿐. 시시콜콜한 여자들의 수다가 무슨 알 바냐고? 일단 읽어 보시라. 별 것도 아닌 여자들의 푸념이, 당신에게는 아주 결정적인 팁이 될 지도 모르니.  

# 소개팅이 잘 되는 계절


D: 연애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소개팅이 안 들어 온다. 봄까지만 해도 한 달에 몇 건씩 들어와서 고르기 바빴는데 여름 들어서는 소식이 없어. 왤까?   


C: 봄에는 당연히 많지. 봄이랑 비교하면 안 돼. 온통 벚꽃과 봄과 사랑을 찬양하는 노래들이 여기저기서 흘러 나오기 시작하면, 내가 혼자인 걸 잊은 사람도 뒤통수를 얻어 맞듯이 혼자임을 자각하게 되는 거야. 그럼 혼자 잘 놀던 사람도 갑자기 갈 곳을 잃어 버려. 왜냐, 온통 짝을 지어 돌아다니거든.


A: 그냥 가을까지 기다려. 일단 개인적으로, 여름 소개팅은 아닌 것 같아. 가만히 있어도 솟아오르는 땀방울에 화장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데, 처음 보는 남자와 데이트를 하란 말이야? 난 정말 싫을 것 같아. 음식도 그래.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멋이 없을 것 같아.    


B: 아니 근데, 옷은 여름 옷이 예쁘지. 원피스 하나만 입어도 화사해 보이니까. 그리고 가을이나 겨울보단 봄이나 여름이 나은 것 같아. 왠지 몽글몽글 연애감정이 솟아오르잖아.


C: 그렇게 따지자면 남자 입장에서는 가을이 가장 연애감정이 큰 계절이 아닐까? 남자가 여자보다 가을을 더 탄다고 하잖아. 여름내 휴가지에서 헌팅에 실패했다면, 절치부심하고 가을에 다시 시도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


D: 나도 가을에 한 표. 생각해 봐. 추석 때 집에서 시집 가라고 원 스트라이크를 맞고, 몇 개월 뒤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겠지. 여기에 점점 찬 바람까지 거세지면 시린 옆구리를 어쩔 거야. 얼른 한 살 더 먹기 전에 좋은 사람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거 같아.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 여름, 그 남자


A: 우리는 6년 전 여름에 처음 만났어. 확실히 사랑에 빠질 사람은 첫눈에 알아보는 것 같아. 수많은 군중 속에서도 그 사람만 보였으니까. 그 해 여름,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우리는 여름이 지나 가을이 끝나갈 무렵, 뜻하지 않게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 연애를 시작한지 3개월만에, 가장 뜨겁게 사랑해야 할 시기에. 2년간의 장거리 연애는 다행히도 이별 없이 무사히 끝났지만 (그리고 여전히 그와 만나고 있지만) 매년 여름이면 그 시절이 떠올라. 짧아서 더 뜨거웠던 우리의 가장 순수했던 날들이.   


C: 난 이번 여름이 지금 남친과 맞는 첫 여름이야. 유독 여름엔 남친과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 것 같아. 수영장이나 해변으로 놀러 갈 수도 있고,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지. 페스티벌이나 풀파티도 가보고 싶어.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루프탑 카페나 바도 좋지. 지독한 집돌이였던 이전 남친과는 달리 매사에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지금 남친이라면,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      


D: 전에 만났던 남자 중에 운동 매니아가 있었는데, 여름이고 겨울이고 사시사철 몸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이었어. 자기관리에 열심인 남자, 얼마나 멋있어. 다만 문제는 그 잘 가꿔진 몸을 너무 과시하려 했다는 거야. 배꼽이 보일 듯 아슬아슬한 U넥 티셔츠를 입고 가슴골을 보이질 않나(심지어 가슴이 컸어) 나시를 입고 겨드랑일 드러내질 않나. 금방 헤어지긴 했는데, 여름이면 그 가슴과 겨드랑이가 생각나. 만약 내가 그를 겨울에 만났다면, 조금은 더 길게 사귈 수 있었을지도 몰라.

 

#여름이라 싫은 남자


C: 여자들이 그런 차림을 싫어한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지금 자신의 스타일은 아슬아슬하게 그 경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만하고 있는 건가? 흰 티셔츠를 입었는데 젖꼭지가 보인다거나, 나시를 입고 겨드랑이를 자꾸 든다거나 그런 거 최악이지. 요즘은 그런 걸 가려줄 수 있는 아이템들도 나오는데 조금만 신경 쓰면 매너 있는 남자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B: 개인적으로 땀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남자는 애인이 아니어도 곤혹스러워. 예를 들어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땀을 많이 흘렸고, 땀냄새까지 나는데, 다리까지 쩍 벌리고 앉아서 치마를 입은 내 다리와 맞닿는다고 생각해봐. 너무 싫지 않아? 물론, 이건 여자라도 싫은 상황이긴 하지만.


D: 난 땀은 흘릴 수 있다고 생각해. 냄새가 날까봐 데오도란트나 향수를 뿌려가며 매너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오히려 호감이 가. 남자가 자기 손바닥만한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다니면서 땀을 식히는 모습도 왠지 귀엽고. , 손수건을 갖고 다니면서 닦는 사람도 본 적이 있어. 물론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겠지만, 뭔가 매너가 느껴진달까. 


A: 넌 얼른 남친이나 만들고 얘기해.

 

# 여름 남자에게 권하고 싶은 것들 


센스 있게 미리 챙겨둔다면, 당신도 이제 깔끔하고 향기로운 여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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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illustration J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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