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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Life / Jul, 2017

보통의 혼삶 #3 작가 남씨

보통의 혼삶 #3 작가 남씨

세상 사람이 딱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치자. 강아지 같은 사람과 고양이 같은 사람. 애초에 강아지 같음고양이 같음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란 어렵겠지만, 어느 한 쪽에 가까운 것으로 친다면 나는 어떤 유형일까? 흔히 고양이 같다는 말은 강아지에 비해 부정적인 뜻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도도하고, 까칠하고, 조용하며, 덜 사교적인 사람. 그런데 사실 고양이는 강아지만큼이나 친화적이고, 사랑스러우며, 애교가 많다. 그건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만 안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고 고양이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남씨는, 차라리 고양이처럼 살자고 설파한다. 그들은 어떤 일에도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으며, 한번뿐인 삶을 대충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용케 자신의 할 일은 규칙적으로 충실히 해낸다. 일러스트레이터 남씨는, 그렇게 오늘도 고양이 탱이에게서 대충’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나는,

본명 남성현, 필명 see’. 나의 시선을 의미하는 see’인데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성이 남씨라 남씨임’ 한다. 반려묘 탱이와 함께 살아가는 2년차 남집사. 탱이를 모델로 하는 다혈질 고양이 탱고의 그림을 그리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의 시작은, 

그림을 그리기 전엔 디자인 에이전시나 의류 브랜드, 가구 브랜드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했어. 가끔씩 낙서처럼 그린 그림을 인스타에 올리곤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 그때도 고양이를 그렸었지. 그러다 우연히 탱이를 반려하게 됐고 그때부터 쉽게 욱하고 심심하면 집어 던지고, 뒤엎어버리는 다혈질 냥이 탱고의 이야기가 시작됐어.

 

회사를 나와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만약 그걸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어. 나도 회사에 다닐 땐 내가 직장인 체질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나와서 자립해보니 그때는 지금에 비해 행복이 2% 부족했던 것 같아. 물론 어려움도 있지만 혼자 감수하는 편이 내 성향에 더 맞는 것 같아.

 

프리랜서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건 좋지만 고충이 없는 건 아냐. 미술을 전공하긴 했어도 객관적으로 내 그림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림은 언제나 어려워. 하얀 백지를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늘 자신과의 싸움인 거 같아. 어떤 날은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 버려. 에피소드 하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내 인생이 이토록 재미없었나하는 생각도 들고.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은 그림을 더 어렵게 만들지. 그런 부분에서 나는 탱이의 자세를 배우려고 해. 어디서나 발라당 뒤집고 될 대로 되라지하는 그 삶의 자세 말이야. 정말 그림이 안될 때는 에라 왼손으로도 그려 보고, 두려움을 떨치려고 노력해. 고양이를 그리고 나서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행복해졌어. 굳이 색을 칠하지 않아도, 굳이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림을 그리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세상엔 정말 집사가 많더라. SNS에 그림을 올리면 댓글을 달아주는 대다수의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었어.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강아지파에 가까웠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고양이파로 돌아서고 말았어. 집사들만의 유대관계가 남다르더라고. 덕분에 이전엔 몰랐던 고양이의 매력을 많이 알게 됐어. 이를테면 강아지는 대중음악이고 고양이는 인디음악에 가깝달까. 먼저 모든 걸 알려주지 않으니 알고 싶으면 내가 그들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고. 뭔가 쉽지 않은 부분이 더 매력적이야

나는 특별히 잘하는 과목도 없었고 눈에 띄도록 착하거나 못된 아이도 아니었다.

이토록 평범한 나에게 부여된 특별한 호칭,

집사.

_『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165p



나의 뮤즈 탱이,

탱이는 원래 여자친구가 회사에서 밥을 주던 길냥이였어. 그런데 어느날 한 마리가 걸리면 동네 고양이들이 한꺼번에 다 죽는, 치사율이 80%에 이르는 병에 걸렸다는 거야. 다행히도 제때 치료를 받아 완치가 되었는데 제대로 키워줄 사람이 없었지. 여자친구 집에는 아픈 노견을 키우고 있었거든. 그래서 생각지도 못하게 내가 데리고 오게 되었어. 우리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10년차 자취생이 잠만 자고 나가는 작은 집이었지. 고양이가 살기에 좋은 환경은 단연코 아니었어. 그래서 처음엔 입양을 보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지내게 됐어.

 

다혈질 탱고,

고양이 탱이가 집에 들어오고 난 이후로 본격적으로 고양이 탱고캐릭터가 만들어졌어. 다혈질 고양이라는 컨셉은 그 녀석과 지내면서 알게 된 성격을 반영했지. ‘캬악하고 눈을 치켜 뜨고 발톱을 세운 모습이나 시니컬한 표정은 가식을 벗은 고양이의 참모습이랄까. 귀엽고 사랑스럽게 묘사된 고양이 그림들도 많지만,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도 많아.

 

나도 고양이 같으니까,

성향이 고양이에 가깝거든. 탱이는 종종 창밖을 바라보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후다닥 도망가고 낯을 많이 가려. 친한 사람이라도 싫어하는 일을 하면 하악질을 하기도 하고. 하악질까진 하지 않지만 나도 처음 보는 사람에겐 낯을 가리는 편이야. 혼자 지낸 기간도 10년이 다 되어서 언젠가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한다면, 내가 다른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때도 있어. 연애를 할 때도 크게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자는 주의지. 누군가는 개인주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고양이에 대해서,

모두가 긍정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 키워본 적도 없으면서 무조건 싫다고 배척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들을 만나보아도 처음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어. 내가 바라는 건 다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봐주었으면 하는 거야.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주인이 없는 길 위의 생명들을 괴롭히거나 학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나의 싱글라이프는,

솔직히 별 재미없어. 일이 없을 땐 주로 유투브에서 웃긴 콘텐츠를 찾아 보거나 만화책을 보며 정적인 취미생활을 즐기지. , 종종 카페에도 가는데 이건 탱이를 위해서기도 해. 탱이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 몇 시간이나마 떨어져 있어야 부비부비라도 한번 더 해줄 테고 말이야. 북적북적한 카페에서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이 좋아.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을 관찰하면 좋은 영감들이 떠오르지.

 

나의 첫 번째 책,

책을 내고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늘어났어.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엔 걱정이 많았는데 고양이라는 주제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는 것 같아. 어느 순간 사람들로부터작가라고 불리게 됐지만, 정작 책을 준비하는 동안엔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 그림은 둘째 치고, 도대체 무슨 글을 쓸지 막막한 적이 많았지. 내 인생이 이렇게 평범했나 싶기도 하고, 여행이나 독서도 더 많이 해야겠다 싶고앞으로도 계속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어린 시절 어른들은 바른 자세가 행동과 인생을 바꾼다고 하셨지. 맞는 말이야. 생각이 자세를 바꾸고, 자세가 인생을 바꿀 수 있어. 그런데 우린 혹시 너무 바르게만 앉아 있었던 건 아닐까? 가끔은 매사 늘어지게 앉아 졸린 듯, 나른한 듯, 힘을 쭉 뺀 상태의 고양이 자세를 해보는 건 어떨까? 틀에 박힌 자세에서 벗어나면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고양이와 같은 자세로 작업을 이어갈 거야. 지금과 같이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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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