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Letter

8 Life / May, 2017

평범한 그녀의 공감 에세이

평범한 그녀의 공감 에세이

그림 그리는 에세이 작가 


우리는 매일 새로운 고민을 충전한다. 일과 사랑, 관계로 촘촘하게 얽힌 그물망 속에 오늘도 무수한 감정의 덩어리들을 채웠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좀처럼 연애도 맘 먹은 대로 되지 않아서, 어떤 날은 에라 모르겠다하고 다 던져버리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답답한 마음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지만 스스로의 문제를 다른 누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 싶어 관두고 만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김수현 작가의 책은 그런 청춘들의 자기고백이자 위안 혹은 다짐 같다.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날,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면 그녀의 책을 집어보자. 책읽기에 쥐약인 당신이라도 문제없다. 그림도 많은 책이니까. 다만 담담하고 때론 냉정한, 어른살이를 위한 그녀의 조언만은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그 순간까지 하나 하나 곱씹어볼 것.  


나는,

보통은 에세이 작가, 종종 그래픽 디자이너 혹은 일러스트레이터. 그 전엔 대기업 인턴, 중견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었어. 처음 책을 낸 건 스물셋이었어. <100% 스무 살>이라는 카툰 에세이였지. 그렇게 작년 11월 출간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까지, 총 네 권의 책을 냈어.

 

왜 책이냐면,

인생이 어차피 쉽지 않다면 하고 싶은 걸 이루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책을 준비해왔어. 지난해 출간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만 해도, 1년 반을 공들였지. 이중 7~8개월 정도는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는 시간이었어. 보통의 에세이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사회심리학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고. 그 전의 책들이 짧은 문장이 곁들여진 그림 에세이였다면, 이번 책에선 보다 글로서 내 생각을 충분히 전하고 싶었어. 


우리에게 필요한 자존감,

처음 책을 냈을 때가 20대였는데 어느덧 30대가 됐어. 20대 때 함께 웃고 떠들던 우리의 삶은 30대에 가까워지며 점점 더 다른 방향을 향해 흘러갔지. 누군가는 일에 미쳐 살고, 누군가는 아이에 미쳐 살아. 어떤 친구는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데, 어떤 친구는 외제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지. 어느 순간 우리는 점점 가까웠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돼. 그리고 그것을 점점 의식하게 되지. 어떤 잣대나 시선에서도 자유롭게 살 수는 없는 걸까? 그런 고민들이 책을 쓰게 했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존감을 세울 것.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글 쓰는 직업은,

처음 본 사람의 직업이 뭐예요라는 물음에 디자인도 하고, 글도 써요라고 대답하면 글 쓰는 게 직업이에요?’라고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아. 그게 이상한가. 호의호식은 못하지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게 어디야. 알람시계 없이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 20대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어.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건 당연하더라고.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은 시기니까. 그 시기를 잘 견딘다면 30대에 조금은 당당한 목소리로 저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 다행히도, 나는 결국 내가 말하고 싶었던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어려움과 괴로움의 차이,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글 쓰는 건 힘들지 않아. 어려운 것과 괴로운 것은 다르니까. 생각을 글로 푼다는 것이 종종 어렵긴 하지. 스스로 100% 이해하지 못한다면, 글도 복잡하고 난해해지거든. 하지만 어떻게 보면 힘들다고 푸념하고 투정부리는 건 배부른 일인 것도 같아. 힘들어도 내가 하는 일엔 자율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의 어려움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김수현


Cool한 편,

만약 쿨함의 정도가 1부터 10까지라면, 10까지 최대치로 쿨한 사람은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이 세상에 완벽하게 쿨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쿨함의 평균이 5라고 하면, 나는 7 정도랄까. 애초에 어떤 문제에 대해서 복잡하게 꼬아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야. 단순하게 생각하고 명료하게 결정하는 편이지

 

요즘의 고민은,

작년까지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책이 무사 출간되고 나니, 이젠 연애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이도 적당히 먹었고, 뭐 요새는 비혼이나 노키즈를 공식선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솔직히 말할게. 나는 내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해. (웃음) 마음 같아선 2~3년 안에 결혼하고 싶어.

 

이론보다 어려운 실전,

연애라는 게 그렇잖아. 이론상으로는 이런 사람과 만나면 이렇게 잘 풀릴 거 같은데 막상 그런 사람을 만나도 너무 좋아 죽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 딱 혁오의 위잉위잉노래에 나오는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 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 거릴 일이 전혀 없죠라는 가사처럼. 좀처럼 설렐 일이 없어.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쉽지가 않은 것 같아

이 신세계에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와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 

이건  문학이 아닌 진화심리학의 영역이며 감성이 아닌 본능적으로 그러하다.

그러니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며 어려운 길로 돌아가지 말고, 많은 사람 중 나와 주파수가 같은 누군가를 발견하라.

_김수현 에세이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p191



나에게 매력적인 남자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사람. 불타는 사랑의 감정이 끝나면 기댈 수 있는 건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테니까. 가끔 친구들과 남자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 한 친구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와 소개팅을 했는데, 연봉, 연금, 저축 등 돈 얘기만 계속 하더라는 거야. 너무 매력 없었다는 후기였지. 다른 친구는 소개팅남이 아주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이번에 차를 아우디로 바꿨다고 떵떵거리는 부분에서 매력도가 반감되었다더군. 차라리 경차를 타고 경제적이어서 좋다고 말했으면 나았을 거라고. 여자들에게 남자의 매력은 적어도 내 입장에선 숫자보단 흥미인 것 같아. 흥미로운 대화를 끌어내고 공감을 유발하는 사람. 그런 사람 어디 없을까?

 

흥미라는 건,

꽤나 따지는 것 같지만 사실 내가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냐. 소위 말하는 ‘스러움이 없달까. 취향도 비교적 대중적이라 노래를 들어도 대중가요나 팝을 듣고, 영화를 볼 때도 마블 영화나 로맨스 영화를 보지. 책 읽고, 산책하는 걸 좋아해. , 특이한 취미라면 댓글 보는 걸 즐겨. 사람들의 생각을 탐구하는 게 꽤나 흥미롭거든. 책도 그런 의미에서 쓰는 거고. 그러고 보면 나의 제일 큰 관심사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고 살지?’인 것 같네.

 

앞으로의 목표는,

내년쯤에 다시 책을 내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당분간은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경험하려 해.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고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는 또래의 독자들과 호흡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거든. ‘완전하지 않은 내가 책을 내도 될까싶었던 20대 초반에도 그 시기에만 알 수 있는 무언가로 글을 썼듯이 말이야. 30대에는 30대 여성들의, 40대엔 40대 여성들의 생각을 대면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목표야. 누군가는 그게 무슨 목표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진심이야. 인생에서 그 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어. 좋은 작가이자 좋은 아내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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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