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Letter

8 Life / Apr, 2017

지금 당신, 안녕하신가영?

지금 당신, 안녕하신가영?

혼자가 편한 그냥뮤지션

 

평범한 옆집의 그녀는 알고 보니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인 그녀는, 하루하루를 우리와 똑같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이기도 했다. 망원동에 거주하는 흔한 싱글 백가영은 싱어송라이터 안녕하신가영이다. 대놓고 귀여운 이름 때문에 그녀를 무한 긍정의 아이콘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망원동 가영은 안녕하신가영보다는 다소 정적이고 내향적이다. 시끄러운 자리에서 웃고 떠드는 것보다는 혼자 카페에 앉아 사색하기를 즐기고 음악으로 삶을 기록하고 글을 쓰며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 그래서 혼자 있을 때 외로움보다는 안정감을 느끼는 '혼자에 최적화된' 인간형.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망원동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혼삶

나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음악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가을쯤부터였는데, 당시엔 내가 지금의 내가 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좋아서 하는 밴드'에서도 베이시스트로 활동을 했었으니까. 밴드에서 나와 혼자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뭔가 기억에 남는 이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지. 고민 끝에 내 이름인 가영을 의문형으로 쓴 안녕하신가영으로 결정을 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반대했었어. 너무 가벼워 보인다나. 뭐,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이름을 짓겠다는 목적은 성공한 것 같아. 다만 나이가 더 들었을 때도 이 이름으로 불린다는 건 조금 걱정이지만.

 

안녕하신가영이 아닌 그냥 가영은,

혼자라는 것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 혼자서 가사를 쓰고, 곡을 써야 하는 직업적인 특성도 있지만 스스로와 쉽게 친해진달까. 혼자 카페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해. 커피도 좋은데, 적당한 소음이 웅성대는 카페의 공기가 묘한 안정감을 줘.  

 

지금 사는 곳은,

고향은 부산이야. 일을 시작하면서 서울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데 7년 전부터 망원동에서 살고 있어. 이 동네, 저 동네 옮겨 다니다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만 해도 사실 요즘처럼 망원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 전이었지. 그때는 지금처럼 유명한 맛집들도 많지 않았고. 그런데 참 이상해. 오히려 요즘엔 갈 데가 많아져서 갈 데가 없는 느낌이랄까. 특히 주말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다른 동네로 나가게 돼.

 

혼자 산다는 건,

편안해.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쓰지 않아도 되고. 예전엔 늘 고향인 부산 집에 다녀오는 길이면 눈물이 났어. 특별히 슬픈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치 습관처럼. 그런데 요샌 이상하게도 불편하더라. 밥을 먹고 나서 치우려고 해도 앉아있으라고 성화인 엄마를 보면 왠지 손님이 된 기분도 들고. 아무래도 이제 혼자의 삶이 익숙해졌나 봐. 

 

혼자가 불편할 때는,

일상적인 부분? 예를 들면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싶은데 혼자서 가기엔 애매한 메뉴라거나. 보통은 특별히 불편함은 없는 것 같아. 앞서 말했듯 사실 난 사실 혼자에 꽤 익숙한 사람이라 연애 중에도 혼자 여행을 갈 정도거든. 근데 나이가 들었나봐. 언제나 여행은 혼자!’ 하는 주의였는데 3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 

 

혼밥은,

직접 요리해 먹기도 하는데 그게 시즌이 있어. 나는 요리라는 건, 정신적인 부분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해. 마음이 여유로울 때는 직접 요리를 해서 잘 챙겨먹는데 조금만 바빠도 부엌에서 뭔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 주로 찌개나 국, 한식을 좋아해.

‘좋은’ 뮤지션이 되는 일보다그냥뮤지션이 되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꾸준히 무언가를 조용히 해나가는 것이 아마도 가장 어렵고 위대한 일일 것이다.

_안녕하신가영 산문집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23p

 


노래하는 가영, 글 쓰는 가영

작년부터 1년 동안 계절마다 새로운 곡을 만드는단편집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 처음 시작은 [겨울에서 봄]이라는 곡이었는데, 흔히겨울 노래봄 노래라고 일컫는 노래는 많지만 계절과 계절 사이를 노래하는 곡은 없잖아. 그러고 보면 겨울에서 봄의 사이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계절이 바뀌는데 말이야. 그게 어떻게 계기가 되어서 1년 동안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느낀 감정을 곡으로 만들어 총 네 곡의단편집을 내놓았지. 그리고 그 사이에 써내려 간 일기 같은 글들을 모아 산문집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을 출간하기도 했어.

 

나에게 일은,

결과물을 내기까지의 과정은 언제나 험난해. 하지만 창작 자체는 나에겐 일종의 즐거운 놀이가 돼. 예를 들어 가사를 쓴다고 하면 써야 해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일상 속에서 쓰고 싶어지는 순간마다 기록을 하는 식. 음악을 함으로써 내 기록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하고 뿌듯한 일이야. ‘아 그때는 이런 생각을 했고, 그런 일들이 있었지하고 스스로도 추억할 수 있고. 기억이 곡과 함께 영원히 남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서 내 음악은 개인적인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인 건 나의 삶이 그렇게 유별나지 않다는 점이야. 비슷한 삶, 비슷한 경험,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담은 곡이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

 


하고 싶은 음악은,

늘 이 얘기를 할 땐 친구들이 그게 가장 큰 욕심이라고 해. 내 꿈은 음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준다거나,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다거나, 그런 거창한 것들은 아니야. 단지 앞으로도 오랫동안, 가능하다면 평생 음악을 하고 싶은 것. 음악이 아니라 어떤 일이라 해도 한 가지를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 돌이켜보면 내 생애 반은 음악을 하면서 지냈어. 음악을 듣고, 쓰고, 취미이자 직업이 됐지. 직업적인 고충이 없지는 않지만 즐거움이 더 커. 앞으로도 음악이 직업으로 느껴지지 않고 계속해서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30대의 나,

나는 학창시절의 사춘기가 20대에 온 것 같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모든 것을 온전히 혼자 감내해야 하는 시점을 맞으며 사춘기가 시작됐거든. 표면적인 방황은 아니었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적인 방황을 겪었던 시기가 20대였어. 30대의 나는 여전히 나는 완벽하진 않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들이 있기에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껴. 나이 들어가는 건 두렵지 않아. 오히려 멋있다고 생각해. 게다가 아직은 30대 초반이니 언니들 사이에선 어린 편이고. (웃음)

 


나는 살면서 소개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그래서 한 번쯤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평생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어색한 사람과 별다를 것 없는 취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쯤은 이제 그 누구와도 할 수 있으니까.

_안녕하신가영 산문집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148p

 


소개팅은,

핑계를 대자면, 이전의 연애가 꽤 길었기 때문일지도. 한 번 연애를 시작하면 오래하는 편인데 긴 연애 때문에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도 몰라. 소개팅에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잘 되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 내 연애는 보통 주변에 알던 사람과 자연스럽게 발전된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래서 제안이 들어와도 왠지 망설이게 돼. 그건 아마 내 성향 때문인 것 같기도 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니까, 평소에도 사람을 많이 안 만나는 편이야. 막상 만나면 잘 어울리면서도, ‘우리 어딘데, 올래?’하면 아니하는 타입.

 

연애할 때의 나는,

상대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본연의 나라는 사람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상대의 스타일에 따라 평소와는 다른 성격이 나온달까. 연애를 할 땐 상대를 구속하기 보다는 방목하는 스타일이야. 뭔가 모를 낭만, 촌스러움을 가진 사람이 좋아. 대화가 잘 통하고 다정다감한 사람. 외모는 당연히, 좋을수록 좋겠지. (웃음)

 

앞으로의 나는,

아마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겠지. 써 놓았는데 발표하지 못한 곡들도 많으니 차근차근 들려 드리고 싶어. 당분간은 지난 1년 간 단편집프로젝트로 달려왔으니 숨을 돌리는 시간들이 될 것 같아. 계절의 사이 사이에 곡을 발표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더라고. 그래도 개인적으로 ‘Well made’를 지향하며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봐. 그 동안 만들어온 것들을 잘 마무리한 뒤엔 정규 앨범도 준비해야지. 어쨌든 나는, 계속해서 노래를 할 거야. 사람들이 나를 그냥뮤지션으로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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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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