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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Survey / Apr, 2017

X의 추억

X의 추억

사랑의 끝은 왜 언제나 처음보다 아름다울 수 없는 것일까? 영화 <비포 선셋>에서 여주인공 셀린느는 ‘추억은 감당할 만큼만 아름다우니까라는 대사와 함께 남주인공 제시에게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러준다. 그야말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서글프고 애달파서 아름다워지는 장면이다. 그런데 왜 우리의 사랑은 이루어졌음에도 결국엔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랑보다도 처절하고 쓸쓸하게 그려져야 하는가. 이쯤에서 그녀가 했던 또 다른 대사를 더듬어보자. 셀린느는 사람에게 최상과 최악의 시간을 선사하는 건 바로 사람이지라고 말했다. 그래, 결국 죽을 만큼 사랑스러웠던 너와, 죽을 만큼 미워지는 너는 똑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 잊혀지지 않는 사랑했던너에게 고한다. 감당할 만큼의 추억만 아주 조금 남겨두고서, 이제 그만 사라지라고.

 

아래의 그래프는 남녀 합계 득표율( 1,178)을 표시

X의 존재 공식은 간단하다. 단 한 번이라도 연애를 해 보았을 것, 그리고 여전히 싱글일 것. X가 존재하는 이들에게 X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40%의 에이터들은 평범한 사람, 20%의 에이터들은 천사(좋은 사람)’으로 X를 회고했다. 특별히 나쁜 기억이 있지 않은 이상, 지나간 사랑은 대부분 우리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 외의 대답으로는 잠수남’, ‘후회’, ‘4차원’, ‘막말쟁이’, ‘고맙고 미안하고 그리운 사람’, ‘쉽게 잊혀지지 않는등이 있었다.  

우리는 퇴근길에 함께 걸었던 산책로, 자주 들렀던 카페, 단골식당을 우연히 지나가면서(35.8%) 헤어진 그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가장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과 닮은 지하철 맞은 편의 커플을 보면서도(27.1%) 그 사람이 떠오른다. 의외로 술을 마실 때(13.3%), 어두운 밤이 되었을 때(8.6%)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추억이라는 것은 새로운 상황보다는 과거의 흔적이 묻어 있는 상황에서 더 자주 소환되는 법인가 보다. 또한 기타 응답 중엔 그냥 이유없이’, ‘불현듯등과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 혹은 음악, 계절과 같이 추억의 상황 속에서 떠오른다는 대답이 있었다.     

 

여러 명의 X 중 왜 유독 그 사람이 떠오르는 것일까? 물론 개개인의 사연에 따라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지나고 보면 미안해서(26.5%)’ 자꾸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이별 뒤에는 좋았던 추억과 나에게 잘해주었던 상대의 모습만 기억 속에 남으니까.착한(24.6%)’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미련보다는 미안함이 커서 일지도 모르겠다. 기타 응답으로는 추억이 많아서’, ‘때가 묻지 않아서’, ‘배신감’, ‘미련’, ‘마주칠까 겁나서등이 있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지나간 X가 떠올랐을 때 71.5%에 달하는 에이터들이 특별히 취하는 행동이 없다고 답했다. 기타 답변 중에 가장 높은 표를 얻은 것은 음주(9.7%)’였는데,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는 가장 위험한 덫이니 단단히 경계하길 바란다. 다음날 아침 통화목록을 화려하게 장식한 X의 이름을 보며 바닥을 뒹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속으로 저주를 한다’, ‘카톡 구경’, ‘노래를 듣는다’, ‘욕한다등의 기타 응답도 있었다.   

X가 천사였던 악마였던 간에 중요한 건 X는 언제나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깨달음과 가르침을 남기고 떠난다는 사실이다. X는 떠났지만, 우리는 그로 인해 너무 좋았던 그 사람과 닮은 사람 혹은 상처를 주었던 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뼈저린 경험을 통한 학습의 결과로, 우리는 이 다음 연애에서는 조금 더 나아진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X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연애의 실패 확률을 미약하게나마 줄일 수 있도록 교훈을 남기고 떠났으니. ,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한 가지, 얼른 [아임에잇]을 클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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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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