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Letter

8 Story / Nov, 2016

직장인이 노는 법, 에잇팅

직장인이 노는 법, 에잇팅

소개팅이 민망하고 부끄러워지는 순간의 선택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것인지. 직장인에게 일이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과정과도 같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선택한 길임에도 회의감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어떤 날의 나는 타자를 두들기는 키보드봇(Keyboard bot)이나, 매일같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만 반복하는 스피치봇(Speech bot)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곤 한다. 저녁 7, 퇴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시계의 초침은 돌을 매단 것 마냥 무겁게 돌아간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적당한 시간에 가방을 싸고 집으로 돌아오면, 묘한 평온함과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드는 생각, ‘- 외롭다’ 

에잇팅(8ting)

아임에잇이 주선하는 4:4 단체 미팅


우리는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이 엔도르핀으로 충만해지기를 바란다. 꼭 이성과 만나 뜨거운 연애를 하라는 건 아니다. 뜬금없지만, 까놓고 말해 직장인에게 연애란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돈과 시간, 마음의 여유가 받쳐 줘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둔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매일 똑 같은 일상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건 지친 몸을 더욱 지치게 할 뿐이니까. 때로는 기분전환이 될 만한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잠들어 있는 몸 속 구석구석의 세포를 깨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에게 에잇팅을 권하고 싶다.   

" 어둠 속 그대의 얼굴이 궁금해요 "


When 20161014일 금요일

Where 신촌 암흑카페 눈탱이감탱이

지금 제 눈 안에 엄청난 양의 딸기 무스가 들어간 것 같아요!”

정말 미안해요

아뇨, 고마워요. 아주 신선한 느낌이에요

영화 '어바웃 타임'의 첫만남 씬


로맨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두 주인공 팀과 메리는 파리의 이색 식당 당 르 누아르에서 잊지 못할 첫만남을 갖는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2:2 데이트를 하게 된 팀은 장님 웨이터의 어깨를 잡고 들어선 깜깜한 암흑 속에서 운명의 그녀, 메리를 만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떨리는 데이트가 끝나고, 마침내 식당 밖에서 메리의 얼굴을 확인한 팀은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묻는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얻어낸 팀의 다음 한 마디는, 두고두고 남을 영화의 명대사가 됐다.  


쓸데없는 낡은 휴대폰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제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 됐네요”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틈에서 입장시간을 기다리는 남자 참가자들의 모습

 

10월 신촌역 1번 출구에서 조금 떨어진 암흑카페 눈탱이감탱이에서 한국판 [어바웃 타임]이 재현됐다. 2013년 파리에서 2016년 신촌으로 타임슬립한 블라인드 데이트의 주인공은 바로 [아임에잇]을 사용하는 8명의 선남선녀들. 거리 공연이 한창인 금요일 저녁의 신촌,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8인의 에이터들이 인연을 찾아 모였다

따로 입장준비를 하는 남녀 참가자들의 모습

 

에잇팅이 이뤄진 신촌 눈탱이감탱이는 영화 속 파리의 당 르 누아르식당처럼 한 줄기의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의 데이트가 가능한 곳이다. 여덟 명의 에이터들은 영화에서와 똑같이 커튼 앞에서 줄을 섰다. 모든 짐(심지어 휴대폰까지도)을 보관함에 맡기고 오직 앞사람의 어깨와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에만 의지해서 커튼 속으로 들어선다. 커튼 너머 암흑 속에서 더듬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은 참가자들은 자기소개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블라인드 데이트를 시작했다. 암흑 속에서 그들은 무슨 얘기를 했을까? 80여 분의 짧지 않은 데이트를 끝마친 그들에게 물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의 데이트는 도대체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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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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